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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는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육아와 교육에 참여를

김영훈(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2020.10.16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예뻐해 주어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 그런데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인터넷을 떠도는 우스갯소리이다. 아빠들의 위기를 가장 먼저 느낀 이는 바로 아빠 자신들이다. 아이들이 어려서는 그나마 놀아 달라고 칭얼대기라도 했는데, 사춘기가 되면 아예 아빠와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사실 내가 초보아빠 시절에는 육아나 교육은 엄마가 하고 아빠는 돈만 벌어오면 된다고 생각하는 아빠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이가 태어나는 시기는 사회적 초년생이었고 사회에 적응하고 가정의 경제를 일구는데도 힘에 겨운 시절이었기 때문에 육아와 교육에 대한 엄두를 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 시절 아빠들의 로망은 아이가 사춘기가 되었을 때 아이의 고민을 상담하고 아이의 장래직업에 지침을 정해주는 슈퍼맨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빠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아이와 상담이 가능한가? 아이와 같이한 세월이나 추억이 없는데 아이와 의사소통이 가능한가? 공감이 없는 상담은 하나의 ‘폭력’일 뿐이다.

한편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연구진은 아빠가 자녀의 양육에 참여하는 것은 아빠가 아닌 엄마에 의해 좌우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엄마는 아빠를 양육에 참여할 수 있게 하거나 혹은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나는 아내에게 고마운 것이 하나 있다. 시간만 나면 아이와 식사를 같이할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다. 아이는 졸린 눈을 비비며 아빠와 같이 식사를 했다. 서로 말이 없는 식사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사춘기를 잘 견뎌낼 수 있는 끈을 만들어준 것이다.

실제로 요즘 아빠들은 육아나 교육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미치는 아빠효과에 대한 보고가 많아지면서 아빠들도 육아나 교육에 적극적인 아빠들이 늘었다.

그럼에도 아빠들이 육아나 교육에 참여가 저조한 것은 의외로 엄마 때문인 경우가 많다. 머리를 못 가누는 아기의 고개가 꺾일까봐, 혹은 목욕을 시키다가 미끄러져 떨어뜨릴까봐 쉽게 아기를 아빠에게 맡기지 못한다.

때문에 오랜만에 아빠가 집에 일찍 들어와도 육아에 참여시키기보다는 청소나 설거지를 도와주는 것이 고작이다. 엄마가 문지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아빠의 양육 참여가 엄마로서의 자존심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만약 아빠가 자신보다 아이를 더 잘 본다거나 아이가 아빠를 더 잘 따른다면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아빠를 반가워하지 않는 것이다.

아빠로서는 당황스럽겠지만 이것이 엄마들의 양가적인 마음이다. 그런데 아빠는 학습하지 않으면 부성애가 생기지 않는다. 처음에는 서툴더라도 자꾸 육아에 참여시켜야만 부성애도 생기고 육아나 교육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숙달될 수 있다.   

나는 아이들이 슬기롭고 자신감 넘치며 행복하게 자라고, 좀 더 넓은 세상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아빠의 양육은 반드시 아이가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야 한다.

경험은 두뇌의 가장 훌륭한 조각가다. 아이가 6세 이전에 체험을 많이 하고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면 성인이 되어서도 아빠에 대한 좋은 느낌을 그대로 간직할 뿐 아니라 좀 더 융통성 있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아이로 될 것이다.

이렇게 아이의 두뇌발달을 최적화하려면 사람과 경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야 한다. 또한 아이는 또래나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과 관련된 일, 혹은 놀이에 몰두할 때, 뛰어난 생각을 하고 가장 잘 배우며 가장 빠르게 사회화된다.

그러므로 아빠가 해야 할 일은 아이가 올바른 환경에서 바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유아기의 아이가 관찰을 통해 배운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아이는 아빠의 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옹알이를 할 수도 있다.

만약 아빠가 그 모습을 보고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고 같은 소리를 내며 응답한다면, 아이는 같은 몸짓과 소리를 반복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상호작용이다.

이제 아이는 이러한 상호작용을 기억하게 될 것이고, 만약 그 교환에 기분이 좋아졌다면 아빠의 관심을 끌게 위해 같은 행위를 반복할 것이다.

아이는 자신이 생각하거나 보고 들은 것을 나름의 형태로 변형시켜 새롭게 창조해가면서 배운다. 아이는 또한 언어를 실험하고 상호작용을 시도하며 배운다. 그들은 사회화 과정을 겪는 동안 새로운 단어를 사용할 만한 선택의 여지가 있는지 찾아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해낸다.

엄마와 아이는 이미 10개월 동안이나 뱃속에서 같이 있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엄마는 자식을 알고 자식은 엄마를 안다. 하지만 아빠는 다르다. 아이가 태어날 때 보는 아빠는 타인일 뿐이다.

그러므로 최대한 아이에게 아빠의 존재를 인식시켜주려면 아이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먹을 것을 준다든지, 잠을 재워준다든지, 기저귀 등을 갈아주는 양육이 쌓여야만 아이는 아빠를 자기편으로 인식한다.

특히 아이들은 낮잠을 잘 때 아빠 배위에서 자는 것을 좋아한다. 아빠의 심장 소리를 느끼면서 그 소리에 평화를 느낄 것이다.

아이는 엄마 혼자 키우는 게 아니다. 바쁜 직장일 때문에 육아의 책임이 엄마에게만 고스란히 지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아빠도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목욕시키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진짜 아빠가 되어가는 것이다.

아빠가 이러한 양육을 매일 30분 이상, 적어도 만 6세까지 한다면 그 이후에는 정말로 재능 있는 아이가 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훌륭한 아이로 성장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섬세한 정보력으로 아이를 코칭하면서 키우는 게 엄마라면, 큰 그림을 그려 아이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아빠의 몫이다.

◆ 김영훈 가톨릭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가톨릭대 의대 졸업 후 동 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베일러대학교에서 소아신경학을 연수했다. 50여편의 SCI 논문을 비롯한 100여 편의 논문을 국내외 의학학술지에 발표했으며 SBS <영재발굴단>, EBS <60분 부모>, 스토리온 <영재의 비법> 등에 출연했다. 주요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 <머리가 좋아지는 창의력 오감육아>, <아빠의 선물> 등이 있다. pedkyh@catholic.ac.kr

 
<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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